감사가 기적을 낳는다

김지우 (시인, 드림·웰심리상담센터 원장)

2000년 대 초반, 내가 명상센터를 운영할 때의 일이다. 어느 날 모 고등학교 교장이신 분이 나를 찾아와서 상담을 청했다. 그 분은 50대 후반의 상당한 지식인이었는데 말 못할 사연이 있었다.

내용인 즉, 자기는 정기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두렵다는 것이다. 그 이유는 무슨 암이나 큰 병이 발견될까봐서가 아니라 채혈을 할 때 간호사가 피를 뽑고 나서 주사기를 뺀 다음 알코올 솜으로 문지른 뒤 다시 손가락으로 채혈한 부분을 문지른다는 것이었다. 그렇게 되면 혹시라도 나쁜 병균이 간호사의 손을 통해 옮아질까봐 심히 불안하다는 설명이었다. 자기는 정말이지 일 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너무 두렵고 검진을 받고나서도 오랫동안 병균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.

그 분의 증상은 겉으로는 ‘건강염려증’이었지만 그 뿌리는 결벽증과 완벽주의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.

나는 그 분에게 물었다.

“혹시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나요?”

그 질문에 그 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습니다.”라고 대답했다.

“결벽증과 완벽주의는 거의 100%가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합니다.”

나는 그 증상에 대한 심리학적인 메커니즘을 말해줬다.

“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증상을 고칠 수 있습니까?’

그 분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. 그 분은 그 증상을 고치기 위해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.

“어머니에 대해 감사하십시오.”

나는 그 분에게 말했다.

“아, 물론 저도 심리학에 대해 연구를 해서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. 하지만 어머니를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 지난 날의 일들이 떠올라 그리 쉽지 않습니다.”

그 분은 내 말에 실망한 듯 시큰둥하게 대꾸했다.

“제 말대로 한 번 해보십시오. 아무도 없는 선생님만의 공간에서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고 앉아서 지난 날에 어머니께서 선생님에게 고맙게 한 일들을 떠올린 다음 선생님의 영혼이 진동할 만큼 감사를 느껴보십시오. 잠시 잠깐이 아니라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선생님이 뼛 속까지 감사를 느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.”

그 분은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.

“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?‘”라고 반문하면서.

“일단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십시오.”

나는 짧게 대답했고 그 분은 “알았습니다. 한 번 해보죠.”라면서 집으로 돌아갔다.

다음 날 그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.

“원장님, 이제 제 병은 다 나았습니다. 그렇게 확신합니다. 원장님 말씀대로 어제 집으로 오자말자 제 서재에 들어가서 서너 시간 동안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었습니다.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조금 지나자 놀랍게도 제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면서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. 그리고 여태까지 증오해왔던 어머니를 단숨에 용서하게 되었습니다. 지금 제 심정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려서 날아갈 듯이 가볍습니다. 원장님, 감사합니다.”

그 분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.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. 아니, 이럴수가…. 결벽증과 완벽주의는 현대의 첨단 치료기법으로도 고치기 힘든 증상인데 어떻게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단 말인가.

솔직히, 나는 그 분에게 어쩌다 그런 말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. 그저 말을 하는 도중에 그렇게 뱉어져 나왔을 뿐이다. 그게 무슨 심리학적인 기법이라고 배운 것도 아니었다. 그래서 나는 그 분이 돌아가고 나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.

하지만 나는 그 때 깨달았다. 감사가 기적을 낳는다는 놀라운 사실을.

힐링 포인트

당신이여, 혹시 당신은 감사를 잃어버리지 않았는가? 그렇다면 감사할 일이나 대상을 찾아보라. 그리고 당신의 영혼이 진동하도록 감사를 느껴보라. 그리하면 당신에게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.